미술 끝없는 이야기

[스크랩] 우리나라 옛그림의 `찰라` 그 순간성에 대하여

queenl 2006. 4. 16. 17:59

지난 금요일 서양화 감상법에 대해 '들어서기'가 되셨나요?

음... 앞서 아래글에 밝힌 바 있지만

서양화는 그 문화적인 영향과 사회상이

그리고 동양화, 한국화는 역시 동양적인 문화와 사회상이 녹아있지요

각각 다른 사회와 문화속에서 파생된 예술은 표현과 기법의 차이가 당연히 날 수 밖에 없겠지요.

서양문화와 예술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당연히 다른 문화에 대한 공부와 연구가 되어야

'비교 연구'가 가능하겠지요?

자 이제 우리네 그림 속에서 나타나는 '찰라'의 멋드러진 순간을 보실까요?

우리에게는 선비들의 '문인화'만이 아닌 '화원'이라는 전문 화가의 그림들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김홍도의 경우

우리나라 풍속화에 대한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요.

그러나 김홍도도 풍속화 만을 그린것은 아닙니다.

남종화, 초상화, 풍속화, 진경 산수 등 전반에 걸쳐 뛰어난 기량을 보였습니다.

그는 약관의 나이에 도화서 화원이 되었고

어진화가(임금님의 초상화를 어진 이라고 합니다. 가장 뛰어난 화가만이 어진 화가가 되지요)로 대성하여 조선의 대표적 화가로 이름이 드높지요.

먼저 그의 다른 그림을 보실까요?

'군선도'라는 작품입니다. 두루마기 그림이지요 신선의 모습을 그렸으니 이상형을 그린거겠지요.

의상도 우리네 옷차림과도 다르구요.



'주상관매도'입니다. 영락 없는 문인화의 모습이죠.



'마상청앵도'입니다. 선비의 유유자적이 느껴지시지요? 이 선비는 풍류를 아는 선비 인 모양입니다.

나뭇가지의 새소리에 저 토록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보내는것이 폼만 잡는 권위주의적 양반은 아닌모양이지요?

자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좀 지겨울 듯한 그림을 보실까요





'씨름'이지요

이 그림을 보면 "아휴 지겨워..."할 정도로 너무나 자주 봐왔던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 이 씨름판이 결정적인 승패의 순간이라는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씨름하는 두 사람중 한사람의 다리가 올라가 있지요?

이젠 거의 이 씨름의 결판이 나겠군요

그런데 누가 이길까요?

왼쪽의 사람이?

아닙니다.

자 씨름선수들 아래 오른편 사람들의 얼굴을 보세요

두사람다 입이 벌어지고 몸이 뒤로 조금 제쳐지고 있습니다.

지금 씨름의 결판이 예견되는 순간이니까요.

보고있는 이 씨름은 '들베지기'라는 기술로 오른편의 사람이 들어올린 다리를 내리는 순간

왼편의 사람이 올려진 다음 내동댕이 쳐지기 1초전쯤 될 것입니다.

이 것은 씨름을 잘 모른다고 해도 등장인물의 표정으로 알 수가 있지요

구경꾼들조차 몸을 피할 듯한 자세로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여지지 않았습니까.

이 그림은 공책만한 크기에 등장인물이 22명이나 됩니다.

그런데 붓과 먹으로만 그리는 우리네 그림은 개칠이나 덧칠이 없이 단숨에 붓을 한번 그어내면서 모든것을 그려야하지요

이 얼마나 대단한 그림입니까.

서양화의 경우 한달 두달 심지어 1년이 넘게 칠하고, 고치고 문지르고 ..., 서양화를 폄하자는것이 아니라 그림의 특성상 작업이 그러하다는 거지요.

게다가 단 한점 점으로 표현되어지는 눈이나 이목구비의 선은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내고 있지요

아시다싶이 동양화에서는 소묘가 없습니다.

스케치 연습도 없이 단번에 스무가지 표정을 만들어 낸다는것은

화가의 대단한 관찰력이 있어왔다는 증거지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요.

인본주의가 무엇이겠어요 관심과 사랑 아닙니까

또 다른 찰라의 순간을 보여드릴까요?



'지붕잇기'입니다. 왼쪽 아래의 사람이 기와를 높이 던져 지붕위의 사람에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아마 오른편의 분이 집주인가 보네요? 조심하라고 소리치는듯 하지 않습니까?

오른 아래 목수의 대패질에는 톱밥이 튀어나가고 있네요.

풍속화속에서 우리옛사람들의 삶의 순간을 다시 들여다보니

참 재미 있고 즐거울겁니다.

옛그림을 강상할때는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찰라의 '스냅'들이 많았답니다.

 

서양은 서양만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과 이유가

동양은 역시 그들의 문화에 따른 예술과 표현이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세요.

오늘날 현대 미술에 대한 왕성한 작업을 하고 있는 일군의 작가들이 중국이나 아시아권의 젊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작품 안에는 아시아 만의 깊숙한 문화 유전자가 흐르고 있겟죠.

현대 미술은 수 천년 세월의 시간을 먹고 태어난 또 다른 문화의 산물이랍니다.

 

(지난 시간 강의에 꼭 덧붙이고 싶던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만... 

제 이야기가 미술에 대해서 좀더 이해의 폭을 넓히길 바라며 이글을 남겨봅니다.)

 

출처 : 광주비엔날레 도슨트
글쓴이 : 2006_이묘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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