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그리고 행복한

[스크랩] 노트르담 드 파리 관람 후기

queenl 2006. 3. 3. 19:52

이 글은 지난 설날 <노트르담 드 파리>라는 뮤지컬을 보고 나서 작성한 것입니다. 해당 공연에 대한 홍보 의도는 없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과 감상을 나누고 보지 못한 분들이나 계획 중인 분들께 공연에 대한 느낌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 Dame de Paris, 이하 NDP)>는 파리에 위치한 노트르담 성당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 

 

원작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소설을 먼저 떠 올리게 된다. 1802년 태어난 위고는 1831년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 Dame de Paris> 발표한다. 그 이후 소설가이며 동시에 정치가로서 루이 나폴레옹의 정책에 반대하고 쿠데타에 저항하다 1851년 벨기에로 망명 결국 추방 당하게 된다. 이 망명의 시기에 많은 작품을 발표하는데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도 이 시기에 발표하게 된다. 레 미제라블은 불어로 "불쌍한 사람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영화 '노트르담의 곱추'

 

빅토르 위고의 훌륭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56년 제작된 영화 '노트르담의 곱추'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 2001년 사망한 영화 배우 안토니 퀸이 주인공인 콰지모도로 나오고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에스메랄다로 나오는 이 영화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합작품으로써 미국에서 개봉될 때 제목이 <노트르담의 곱추, The Hunchback of Notre Dame>로 바뀌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정보 제공 사이트인 www.imdb.com에서 이 영화를 드라마/공포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1956년 시점에서 콰지모도가 대중에게 공포를 줄만한 캐릭터라 생각한 것일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에서 제작된 이 뮤지컬은 단 한 줄의 대사도 없이 54곡의 아리아가 연속으로 나온다. 또한 고전무용과 현대무용,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댄스가 혼합되어 있으며 무용수는 무용만, 가수는 노래만 하는 분업 구조를 갖고 있다. 1998년 프랑스 파리 빨레 데 꽁그레 (Palais des Congres) 극장에서 초연을 한 이후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며 2005년 서울에서 30회 공연을 하여 약 7만 명이 관람한 바 있다.

 

나는 세종 문화 회관에서 앵콜 공연 중인 <노트르담 드 파리 nullce again>이라는 앵콜 공연을 지난 설날 연휴에 보게 되었다.

 

 


 

화려한 무대 장치

 

이 뮤지컬에 대해 소개하는 사람들이나 관람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 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지 않는다. 실제로 무대 장치는 꽤 웅장하고 조직적이며 또한 기술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본 <오페라의 유령>과 비교한다면 보여주기를 위한 무대 장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 뮤지컬의 무대 장치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NDP는 지상에서 위쪽으로만 무대 장치를 구성하면 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지면과 지상 그리고 지하를 동시에 다뤄야했기 때문이다.

 

뮤지컬이 시작되면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노트르담 성당의 벽으로 묘사된 전면 벽을 타고 몇몇 사람들이 그야말로 '기어내려 온다' 이런 장면은 뮤지컬 내도록 반복되는데, 어떤 경우엔 스턴트 맨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현란한 맨손 암벽 타기를 보여 준다. 뮤지컬을 보면서 '저거 위험할텐데'라는 생각이 든 건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뮤지컬의 중반부에 아래 그림처럼 종 위에 올라가서 좌우로 흔들며 종을 울리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사용된 종은 무게가 100kg이 넘는 실제 종인데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장면에서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 물론 이런 장면들에서 출연자는 늘 안전줄을 달고 있다.
 
 
 
 
브레이크댄스&아크로바틱
 
NDP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형태의 안무가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시들이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노는 장면의 마지막에 아래 그림처럼 헤드 스핀을 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관객들이 환호하며 즐거워했음은 물론이다. 나도 이런 장면을 즐거워했다. 볼거리가 많다는 건 현대 뮤지컬의 미덕이자 흥행 요소가 될테니까. 또한 브레이크댄스의 출발이 할렘의 길가였다는 점을 볼 때 적절히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 경우엔 이런 장면들이 다소 전체적인 흐름을 깨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스토리 라인과 감정 곡선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입장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콰지모도
 
뮤지컬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주인공인 콰지모도가 등장한다. 뮤지컬 1부가 끝나고 중간 시간에 망원경을 빌려와서 2부에선 출연자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콰지모도는 분장으로 가릴 수 없는 잘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도 고운 편이었는데 나중에 MP3로 여러 콰지모도의 목소리를 들어봤는데, 이번 공연의 콰지모도 목소리가 가장 고운 것 같았다.
 
 
 

 

NDP 무대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이고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콰지모도가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에도 등장하는 저 조형물을 가고일(gargoyle)이라고 한다. 가고일은 고딕양식의 건물에서 건물 홈통 주둥이 부분을 장식하는 괴물 모형을 말한다. 이무깃돌이라고도 하고 은유적으로 추한 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래 그림은 실제하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가고일을 찍은 것이다.

 

 

 

 

프랑스의 역사, 파리의 역사 그리고 이주민

 

NDP를 제대로 볼려면 프랑스 특히 파리의 역사와 외부에서 유입된 이주민과 갈등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NDP를 영화로 옮겼을 때 콰지모도의 끔찍한 외모와 아름다운 에스메랄다를 비교하여 마치 프랑켄슈타인 류의 호러물로 재해석했다. 그러나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근거할 때 NDP의 핵심적 갈등 구조는 오히려 호혜평등을 부르짖지만 실제로 철저히 구분하고 배격하는 프랑스 내부의 '이주민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왜 고딕 스타일의 노트르담 성당을 내세웠을까? 물론 뮤지컬 스토리 라인에서 노트르담 성당의 벽면에 있는 한 문장을 근거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고딕 양식을 권위와 준엄함의 양식으로 비교한 것이 아닌가 싶다. 노트르담 성당은 자유의 해방구이기도 했고 이주민들의 도피처이기도 했고 또한 권위자의 더러운 치부를 숨기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은유적 의미를 담기에 노트르담 성당은 적절하다.

 



 

 

조명

 

NDP를 볼 때 주의깊게 봐야 할 것은 조명이다. 훌륭하게 조정되고 계획된 조명은 배우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애스메랄다의 죽음에 슬퍼하는 콰지모도를 보라. 그들을 비추고 있는 저 조명은 노트르담 성당의 창문을 통과한 빛이다.

 

 

 


실제로 노트르담 성당의 아름다운 창문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표현 양식 중 하나다.

 

 


 

 
 
볼만한 뮤지컬인가?
 
최근 수입된 뮤지컬의 티켓 요금이 불필요하게 비싸다는 비난 여론이 있었다. 이 뮤지컬 또한 제대로 자리를 잡고 볼려면 15만원~2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할인을 받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아무런 연고가 없다면 이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비용을 지불하고 볼만한 뮤지컬인가에 대해 리뷰를 쓰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답을 줘야 할 듯 하다. 내 생각은 이렇다.
 
만약 뮤지컬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추천을 하고 싶다. 뮤지컬에 대한 기존 개념을 깨뜨리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뮤지컬을 가끔 봤고 특히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고, 원작 소설의 스토리 라인을 전혀 모르거나 프랑스의 이주민 역사와 갈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가장 추천을 꺼리는 사람은 NDP를 "로망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뮤지컬을 보는 내도록 도대체 왜 이리 무겁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NDP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유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가 유지된다.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에, 대사 한 마디없이 아리아로만 진행되는 구조에, 유머라곤 찾아보기 힘든 스토리 텔링에 게다가 싸게 보겠다고 2층 구석에 처 박혀 있다면 NDP는 최악의 뮤지컬이 될 수도 있다.
 
 
 
파리지앵이었으면 기립박수를 쳤을 NDP
 
내가 만약 파리지앵이었다면 이 뮤지컬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쳐 댔을 지 모른다. 그러나 뮤지컬이 끝났을 때 나는 담담히 앉아서 출연진의 커튼콜에 박수를 쳤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DP는 프랑스의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발견할 수 있다.
 
NDP의 메인 테마이자 현재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노래인 "대성당의 시대"의 가사가 그것을 상징한다. 이 노래의 후렴구는 이러한 내용이다.
 
 
새 천년을 맞이했을 때 새로운 세상
대 성당의 시대가 시작 되었네
 
인간은 저 높은 별에 닿아
유리와 돌 위에 역사를 사랑으로 새겨왔네
 
대 성당의 시대가 끝나가네
수많은 이방인들이 파리 성문을 서성이네
그들을, 방황하는 이방인들을 입성케하라
 
세상의 종말이 오리라
또 다른 새 천년이 오면
또 다른 새 천년이 오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려면 기존의 세상이 무너져야 한다. 기존의 관념이 무너져야 한다. 알을 깨고 나와야 비로소 아프락싸스에게 날아갈 수 있는 것처럼.
 
출처 : 시사
글쓴이 : 블루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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